현재 구독 중인 밀리의서재에 'UX 디자인'을 검색해 보았다. 다섯 개 남짓한 검색결과 중에 가장 많은 리뷰가 달린 게 이 책이었다. 현업 UX 디자이너가 쓴 책으로, 나처럼 비전공자인데 막연히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향을 꿈꾸고 있는 사람을 포함해 UX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읽기 좋다.
실무나 이론보다는 저자가 에이전시와 스타트업 그리고 대기업을 거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은 에피소드나 생각 등을 에세이처럼 기록한 형태로, 원론적인 얘기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된 부분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UX디자이너의 역할 정의
User Experience = 사용자 경험디자인이라는 표현은 무수히 남발되고 있지만, 정작 UX디자이너의 명확한 역할의 정의는 알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UX디자이너의 역할을 정의하고 있다:
- UX 디자이너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올바른 경험을 디자인해 주는 컨설턴트에 가깝다.
- UX 디자이너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필수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이란 동정하는 수준의 공감(Sympathy)이 아닌 감정 이입 수준의 공감(Empahty) 능력이다.
- UX 디자인은 디자인, 공학,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 등 넓은 분야의 영역을 아우른다. 따라서 일당백을 할 수 없는 디자인 분야다. 혼자서 모든 걸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팀 기반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정답을 찾아낼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여러 사람과 아이디어를 함께 발굴해 내는 팀워크 능력이 중요하다.
정리해 보면 'UX 디자이너는 다양한 전문가로 이루어진 팀 안에서 높은 감정 이입 수준의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를 찾아내고, 디자인 전문성을 활용해 올바른 경험을 설계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퍼소나 모델링
마케터라면 일하면서 지겹도록 듣는 바로 그 단어 퍼소나(Persona). 비단 마케팅뿐만 아니라 최근에 UIUX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자면 꽤나 많은 비중이 퍼소나 모델링을 정의하는데 할애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자가 퍼소나 모델링 개념 중 강조한 부분:
- 퍼소나는 우리가 인터뷰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 열 번의 인터뷰 중에 일곱 번째로 만난 현실의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만들어진 인격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한 사람'은 바로 여러 사람의 경험을 버무려서 만든 가상의 사용자를 말하는 것.
- 중요한 포인트는 인구통계학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행동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인격체를 형상화한다. 흔히 말하는 평균의 범주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마케팅팀에서 근무할 때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할 때면 상사가 늘 버릇처럼 강조했던 말이 있다. 바로 "한놈만 패". 불특정 다수가 아닌 우리가 공략해야 할 핵심 타깃을 명확히 정의하라는 의미였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좁여야 서비스 기획의 방향이 선명해지며 훨씬 더 높은 완성도의 디자인이 완성되지 않을까?
이런 점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이나 '당근마켓' 등도 처음엔 소수의 유저(이노베이터와 얼리어댑터)를 공략하며 점차적으로 몸집을 키워 지금과 같은 규모의 서비스로 성장했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퍼소나 모델링의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저자는 퍼소나가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 이는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은 퍼소나 모델링이 남용된 결과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이 토픽은 나중에 조금 더 리서치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에이전시 vs 스타트업 vs 대기업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별로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저자는 스타트업의 경우 전문 분야에 100%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신입디자이너로 스타트업에 도전을 할 때에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만 쌓아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나 같은 경우도 디자인 분야는 아니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과 중간관리자의 부재(대부분의 스타트업 조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로 고생을 많이 했었다. 물론 스타트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유연한 업무환경과 문화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취업에 뛰어든 상황은 아니지만, 오히려 초반에 디자이너로 착실하게 성장을 하고 싶다면 에이전시를 거쳐 조금 더 큰 인하우스 조직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방향도 고려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커리어를 쌓다 보면 이 두 가지 방향 중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분야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실무보단 관리직으로 전향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해외의 경우 연차가 쌓여도 매니저가 되지 않고 스페셜리스트로써 실무를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알고 있다.
사실 30대 중반에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향을 앞두고 가장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슬슬 이쯤 되면 현업에서 관리가나 팀의 리드 역할로 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신입으로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이외 흥미로웠던 부분
- 저자가 스타트업에 재직할 때 UX디자이너를 채용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포트폴리오에 '스마트', '효율적인' '세련된' 같은 무책임한 표현들이 도배되어 있었다고 한다. 실력 있는 기획자라면 보다 기획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인트라넷(NO) vs 오늘의 업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 주는 업무 큐레이터
-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인트라넷(NO) vs 오늘의 업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 주는 업무 큐레이터
-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공보를 보면 디자인적으로 큰 공부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 프로젝트 안에서 전략을 공유받는 사람은 대부분 그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발표하는 사람보다 경험이 더 많다. 따라서 산전수전 겪은 시니어 레벨의 전문가라면 어지간한 내용에 감동을 받기 쉽지 않다. 무뎌진 감각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 힘이 필요하다.
- 인상 깊은 디자인 전략 보고는 '날이 선' 느낌을 고스란히 준다. 내용이 뻔하지 않고 세련되게 찌르고 들어오는 날카로움이 있다는 의미. 고생해서 전략을 짜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디자인 전략을 받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면서도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자주 상기시켜야 봐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위 내용을 디자인 취준생에게 상황에 대입해 본다면, 포트폴리오 전략에 해당된다. 부트캠프에서 공장에서 찍어낸 포트폴리오가 무수히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이 때문에 회사에서도 부트캠프 출신을 꺼린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많은 고민과 공부를 통해 남들과 차별화를 두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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