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이따금씩 막막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예전엔 그 막막한 감정에 휩쓸려 버렸다면,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가면서는 그 감정을 마주하고 내가 막막함을 느끼는 원인과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부트캠프를 이수하고 포트폴리오 수업을 절반정도 이수한 이 시점에 파도처럼 큰 막막함이 몰려왔고 며칠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나를 갈아먹는 조급함
사실 지난 5월에 부트캠프를 시작할 때만 해도 10월이 되면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여러 회사에 지원을 하고 있는 상상을 했다. 근데 현실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비롯한 디자인 기본기를 쌓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앱 디자인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현실과 기대치에 괴리감이 커지면서 디자인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빈도도 늘어만 갔다. 어느덧 머릿속에서는 미래를 미리 계산하기 시작한다. "이 학습 속도로 과연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란 의심이 마음속에서 계속 고개를 든다. 사실 4개월이란 시간은 디자이너가 되기 턱없이 짧은 시간인데도 자꾸 미래 방정식에 지금의 처지를 대입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사실 모든 원인은 조급함에서 오는 불안에 있다. 30대 중반이 돼서야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 때문인지 늘 시간에 쫓긴다. 나의 맹목적인 종착지는 '괜찮은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하는 것'이고 최대한 빠른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목적지로 가는 열차를 영영 놓쳐버릴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린다.
지옥과 천당
이렇게 되다 보니 그렇게 즐거웠던 디자인 공부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갈아먹는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디자인 공부자체는 너무 즐거운데, 취업이란 목표와 나이에 대한 조급함이 마음속에서 치고 올라오면 그 순간부터 공부에 집중하는 게 어렵다. 예를 들면, 비핸스나 핀터레스트에서 멋진 디자인과 래퍼런스를 수집하며 즐거워하다가도 내가 단기간에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작업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압박감이 느껴진다.
멀리 보자
단기 목표는 디자이너로의 취업이지만 30대 중반이 되어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 건 순수하게 이 학문이 너무 좋아서였다. 지금 당장 디자이너로 취업할 수 없다고 해서 미래에 지금 내가 하는 이 공부가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가시적 결과를 외부에서 찾기보단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내 노력은 누구보다 내 자신이 인정해줘야 하고 나의 지식수준과 실력에 만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대가는 언젠가 주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시기는 내가 예상한 것보단 훨씬 더 미래에 있을 수도 있기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
막막함은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태, 즉 불안에서 발생한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다스릴 때 작은 상태로 쪼개서 빈도를 늘리라고 한다. 즉, 나의 목표가 높은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고개를 들어 정상을 바라보기보단 시선을 내 발로 향하고 한 발씩 내디뎌야 한다. 한발 한발(작은 성취)가 모여 내가 지나온 길(결과)이 보이면 이후의 더 큰 목표(정상)를 향해 전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지금 두 가지 상황 때문에 불안하다.
첫째는 내가 과연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고, 둘째는 내가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기엔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막막함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 두 가지 고민에 대한 피드백이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생각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디자인 관련 업무를 찾는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연말까진 UX수업과 앱 디자인을 독학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내년 초부터 여러 회사에 지원해 볼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디자인 분야에서 작은 성취를 쌓아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예전 글에서 언급했던 한소리 디자이너의 사례처럼 지금 현재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당장 다음 주부터 지금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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